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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검사

'간이검사 양성'은 끝이 아니다 — 정밀감정이 뒤집는 것들

최근 이른바 ‘수원 마약 좀비’ 영상으로 논란이 된 30대 남성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 정밀감정에서 마약류 성분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이 현장에서 실시한 소변 간이검사에서는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와 긴급체포까지 이루어졌지만, 정밀감정에서 필로폰과 펜타닐 등은 검출되지 않은 것이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양성인데 왜 마약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마약 사건 실무에서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간이검사 양성’과 ‘실제 투약’은 법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다른 이야기다.

간이검사는 '의심'을 가려낼 뿐, 투약을 '확정'하지 못한다.

마약 사건 피의자가 경찰서에 출석하거나 현장에서 적발되면 가장 먼저 소변 간이시약검사가 이루어진다. 시약 키트에 소변을 떨어뜨린 뒤 몇 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이 검사 방식은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면역분석법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특정 마약류 성분에 결합하도록 설계된 항체를 이용해 반응 여부를 보는 방식이지, 정밀 분석처럼 분자 구조를 하나하나 직접 분석하는 검사는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 간이검사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 항체는 설계된 약물뿐 아니라 구조나 입체적 특성이 유사한 다른 성분에도 반응할 수 있다. 일부 종합감기약, 진해거담제, 진통제의 특정 성분은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구조가 비슷해 소변 간이검사에서 교차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실제로는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는데도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를 ‘위양성(false positive)’이라 부르며, 수사기관과 변호인 모두가 실무에서 늘 염두에 두는 변수다. 그래서 수사 실무에서도 소변 간이검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추가 수사의 단서이자 기초자료일 뿐, 그 자체만으로 투약 사실을 확정하는 증거로 보지는 않는다. 정밀감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정밀감정은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은 간이검사와 성격이 다르다.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GC/MS) 등 정밀 분석기기를 이용해 검체에 어떤 성분이 실제로 들어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간이검사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교차반응에 따른 위양성을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다.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더라도 정밀감정에서 음성이 나오면, 적어도 해당 소변 검체에서 검출 한계 이상 농도의 그 마약류 성분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번 ‘수원 마약 좀비’ 사건에서 간이검사 양성이 정밀감정의 음성으로 뒤집힌 것도 이 구조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찰은 소변에서는 마약류 성분이 검출되지 않자 모발 추가 감정을 진행하며 투약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

소변 음성도, 양성도 ‘절대적 진실’은 아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은, 검사 종류마다 확인할 수 있는 기간과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소변감정은 일반적으로 수일에서 약 일주일 이내 복용 여부를 보는 감정기법으로, 비교적 최근의 투약을 확인하는 데 널리 쓰인다. 투약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소변 내 약물 농도가 검출 한계 아래로 떨어지면, 실제 투약이 있었더라도 소변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이때는 약물 종류·투약량·모발 길이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수개월 단위의 투약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모발감정으로 수사가 이어진다.

따라서 소변검사 음성이라고 해서 과거 특정 기간의 투약 가능성을 모두 부정하는 ‘완전한 결백의 증명’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로 간이검사 양성이라고 해서 곧바로 유죄나 투약 사실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검사마다 목적과 범위, 검출 기간이 다르고, 이를 토대로 형사절차에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지는 별도의 법적 평가 영역이다.

긴급체포, 정말 간이검사 양성만으로 충분한가

이번 사건처럼 간이검사 양성만을 근거로 긴급체포에 나아가는 관행이 언제나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긴급체포는 중대한 범죄 혐의, 도주·증거인멸의 우려, 긴급성 등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그만큼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다.

그런데 교차반응에 따른 위양성 가능성이 내재된 소변 간이검사 결과만으로, 정밀감정이라는 보다 확정적인 절차가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항상 적정한지는 사건마다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국과수 예비감정에서 음성이 나오자 경찰은 피의자를 석방 조치한 바 있다.

수사 단계에서는 “간이검사를 근거로 한 긴급체포가 적법했는지”라는 절차적 쟁점과, “정밀감정 결과가 보여주는 투약 여부”라는 실체적 쟁점이 구분되어 다뤄져야 한다. 변호인의 역할은 검사 결과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진 체포·구금 등 모든 절차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따져보는 데까지 확장된다.

‘양성’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하나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으면 대부분 극심한 불안과 혼란 속에 섣불리 진술하거나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기 쉽다. 그러나 정밀감정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평소 복용하던 감기약, 진통제, 수면제, 다이어트 보조제 등이 있다면, 복용 시기와 용량, 처방전·구매내역을 가능한 한 상세하게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이는 교차반응에 따른 위양성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정밀감정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마약 사건에서 검사 결과는 분명 수사의 출발점이자 핵심 자료지만, 그 결과의 의미와 입증력은 각 검사 방법의 원리와 한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간이검사 양성’이라는 한 줄에 인생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과학과 법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황세영
칼럼 담당 변호사
황세영
마약·형사·수사대응 분야 법률자문 및 변론 수행
구속·외국인·국제 마약 사건 대응에 강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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