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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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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기각

‘유죄’가 아니라 ‘공소기각’ — 마약사건에서 절차가 결론을 바꾸는 때

마약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피고인들은 대개 하나의 질문에 매달린다. “내가 한 일은 맞는데, 처벌을 피할 방법은 없느냐”는 것이다. 답은 흔히 투약 사실을 다툴 수 있는지에서 찾는다. 그러나 실무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물음도 있다. 범죄의 실체가 아니라, 사건이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따지는 일이다. 최근 확정된 이른바 ‘깐부’ 사건은 바로 그 지점에서 결론이 갈렸다.

같은 동아리, 갈린 운명

수도권 13개 대학 재학생 수백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연합동아리 ‘깐부’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원 배씨와 대학병원 전문의 이씨. 대법원 1부는 2026년 8월 13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두 사람에 대한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은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배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은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은 채 공소기각으로 사건을 종결했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대조는 선명하다. 유통을 주도한 동아리 회장 염씨는 별도로 재판을 받아 2026년 6월 대법원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같은 사건의 자장 안에 있었지만, 한쪽에는 실형이, 다른 한쪽에는 실체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 차이를 만든 것이 공소기각이다.

공소기각은 무죄와 다르다

공소기각은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기에 앞서, 공소제기 자체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아 재판을 종결하는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법이 허용한 수사개시 범위를 벗어나 수사한 뒤 공소를 제기한 것이 문제 됐다.

따라서 공소기각은 무죄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법원이 “죄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은 이러한 방식으로 법정에 올라와서는 안 됐다”고 판단해 실체 심리에 이르기 전에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투약 사실이 있었는지, 증거가 충분한지는 심판대에 오르지 않는다.

다투는 대상도 달라진다. 피고인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국가가 어떤 절차를 거쳐 이 사람을 법정에 세웠는지가 중심이 된다. 마약사건에서 이 구분은 중요하다. 투약이나 소지 사실 자체를 뒤집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수사와 기소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는 어디까지 수사할 수 있나

이 사건의 쟁점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였다. 현행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등으로 제한한다.

검사가 모든 사건에 먼저 나서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직접수사가 허용된다.

문제는 검사가 배씨와 이씨에게 이른 경로였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의 송치서와 송치결정서에는 두 사람의 범행이나 공범 관계에 관한 기재가 없었다. 송치 전 주범 등 공범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특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검사는 송치받은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다른 공범이 자수서를 제출하면서 배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하자 이를 단서로 두 사람을 직접 인지해 수사하고 기소했다.

‘같은 동아리’만으로는 부족하다

항소심과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이 연결고리의 약함이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범죄가 당초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수사 대상이 동일하지 않고, 공범 관계도 성립하지 않아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수사 연장선에서 범죄를 인지한 것이 아니라, 송치 사건과 무관한 다른 피의자의 자수라는 별개의 수사 단서에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배씨가 주범과 같은 동아리 소속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접 관련성을 인정한다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검사가 사건을 경찰에 이송하는 등의 조치 없이 경찰의 1차적 수사권을 배제하고 예외적으로 직접 수사를 개시할 필요성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검사의 수사 개시는 위법하고, 그에 터 잡은 공소제기도 위법해 무효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법리가 주범 염씨 사건에서도 관통했다는 것이다. 염씨 항소심은 마약 혐의는 유죄로 유지하면서도, 마약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특수상해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하나의 직접 관련성 기준이 어떤 혐의에는 유죄 판단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혐의에는 공소기각이라는 결론을 만들었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라는 절차적 한계가 특정 피고인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예외적 논리가 아니라, 사건 전반을 일관되게 규율하는 원칙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절차적 방어가 실질적인 이유

마약사건에서는 소변·모발 감정, 압수물 등 물증이 확보되면 투약이나 소지 사실을 다투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뒤집기 어렵다는 사정이 곧 유죄가 확정된다는 뜻은 아니다. 증거가 어떤 경로로 수집됐는지, 피의자가 어떤 절차를 거쳐 피고인석에 앉게 됐는지는 실체 판단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뿐 아니라 압수·수색의 적법성, 체포 절차의 요건, 함정수사의 한계 등 마약사건에는 절차적으로 확인해야 할 지점이 여럿 있다. 핵심은 실체 판단과 절차 판단을 대체 관계로 보는 데 있지 않다. 사실관계와 별개로 수사와 기소의 전 과정이 법이 정한 한계 안에서 이뤄졌는지를 처음부터 살피는 데 있다.

물론 절차적 하자가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자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공소기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 역시 송치서에 피고인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정, 그리고 자수라는 별개의 단서에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정이 맞물린 결과였다.

마약사건에서 투약이나 소지 사실 자체를 뒤집기 어려운 경우에도, 사건이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수사와 기소 절차가 적법했는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번 판결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와 같은 절차적 요건 하나가 사건 전체의 결론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체를 다투기 어려운 사건일수록 수사와 기소가 법이 정한 경로를 따라 이뤄졌는지를 처음부터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것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기술이기 이전에, 국가가 형사처벌권을 행사할 때 지켜야 할 절차적 한계를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황세영
칼럼 담당 변호사
황세영
황세영 변호사 마약·형사·수사대응 분야 법률자문 및 변론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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