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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었는데도 약물운전이 되나요?”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으면 이미 처벌은 정해진 것 아닌가요?”
“억울해서 측정을 거부했는데, 복용 사실이 없으면 문제없지 않나요?”
약물운전 사건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최근 법 개정으로 처벌과 단속은 분명히 강화됐다. 그러나 실제 사건의 결론은 단순히 약물을 복용했는지, 체내에서 성분이 검출됐는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핵심은 언제, 어떤 약물을, 얼마나 복용했고, 그것이 운전 당시 정상적인 운전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이르게 했는지다.
2026년 4월 2일부터 약물운전의 처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됐다. 종전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과 비교하면 징역형과 벌금형의 상한이 각각 두 배가 된 것이다. 약물운전의 적용법조도 종전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4항에서 제5항으로 바뀌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단속 현장에서 발생한다. 경찰은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타액 간이시약검사 등으로 약물 복용 여부를 측정할 수 있다. 운전자는 원칙적으로 그 측정에 응해야 하고, 측정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
측정을 거부하면 약물운전과 별도로 측정불응죄가 성립할 수 있다. 처벌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약물운전과 같다. 면허취소 위험까지 함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에서 측정을 거부하는 선택은 통상 방어에 유리하지 않다.
이번 개정은 초범 처벌만 높인 것이 아니다. 약물운전 또는 약물측정 불응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내 다시 약물운전을 하면, 2년 이상 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법정형의 하한까지 둔 재범 가중처벌 규정이다.
약물운전 사건은 과거에는 음주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속과 처벌 체계가 느슨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수사 단계의 대응이 곧 면허 문제와 형사처벌, 재범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약물운전의 대상은 불법 마약류에 한정되지 않는다. 졸피뎀, 프로포폴, 미다졸람처럼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향정신성의약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처방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약물운전의 성립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처방약을 복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처벌되는 것도 아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개정 전에도 도로교통법상 약물 범위에 포함돼 있었고, 이번 개정은 약물의 법적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한 데 의미가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약물을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와 「화학물질관리법」상 환각물질로 정의한다.
결국 처방약 사건에서는 “처방받은 약인가”보다 “운전 당시 그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어려울 우려가 있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복용 시점, 실제 복용량, 처방된 용법·용량 준수 여부, 다른 약물이나 음주와의 병용 여부, 내성 형성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음주운전에는 혈중알코올농도라는 수치 기준이 있다. 그러나 약물운전에는 그와 같은 일률적 기준이 없다. 체내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과, 운전 당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였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한다.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은 종류마다 체내 잔류 기간과 대사 속도가 다르다. 며칠 전 복용한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정만으로, 운전 당시 약물의 영향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장의 타액 간이시약검사 역시 약물 복용 가능성을 가려내는 출발점일 뿐, 그 결과만으로 운전 당시 상태까지 모두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재측정 결과, 혈액·소변 감정, 복용기록, 처방전과 의무기록, 단속 당시의 운전 모습과 언행, 경찰관의 현장 관찰 내용이 함께 검토된다. 감정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감정 결과 한 줄이 사건 전체의 판단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측정불응죄에서는 “실제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죄는 사후적으로 약물 복용이나 약물운전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성립할 수 있는 독립된 범죄이기 때문이다.
대신 수사와 재판에서는 경찰에게 측정을 요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측정 요구와 고지 절차가 적법했는지, 운전자에게 측정에 응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억울한 사정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곧바로 측정을 거부하기보다, 우선 측정에 응한 뒤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재측정과 감정 절차를 통해 다투는 편이 통상 더 안전하다. 약물운전 사건은 이제 “검출됐느냐, 안 됐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약물의 종류, 복용 경위, 운전 당시 상태, 측정 절차의 적법성을 각각 세밀하게 봐야 결론에 이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