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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13일, 전신마취 유도제로 쓰이던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신성의약품이 되었다. 2025년 8월 12일 공포된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 결과다. 같은 개정으로 렘보렉산트와 유엔 마약위원회가 마약류로 지정한 물질 등 모두 7종이 마약류 관리체계 안으로 편입되었다.
새로운 물질이 마약류로 지정되면, 수사와 재판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문제는 단지 “에토미데이트가 검출되었는가”가 아니다. 행위가 언제 이루어졌는지, 어떤 형태의 취급인지, 의료 목적의 취급 과정에서 발생한 관리상 위반인지, 불법 유통 또는 투약인지, 그리고 그 성분이 마약류라는 인식이 있었는지를 각각 나누어 보아야 한다.
에토미데이트의 지정은 갑자기 등장한 사례는 아니다. 케타민,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는 모두 의료현장에서 마취 또는 마취 유도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오남용과 불법 유통 문제가 커지면서 차례로 향정신성의약품에 편입되었다.
케타민은 해리성 마취제로 개발되어 인체용뿐 아니라 동물 마취제로도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환각작용과 오남용 문제가 지적되면서 정부는 케타민 등 5종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했고, 관련 시행령은 2006년 2월 16일부터 시행되었다. 당시 지정 사유에는 동물용의약품으로 유통될 경우 유통질서가 문란해져 남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되었다. 케타민은 의료용 사용이 매우 제한되고 오남용 우려가 큰 물질이 속하는 나목으로 분류되었다.
프로포폴은 2011년 2월 1일 시행령 개정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이 되었다. 수면마취제로 널리 쓰이던 의약품이 마약류로 지정된 것은 당시 큰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프로포폴은 의료용으로 사용되면서 의존성을 일으킬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물질이 속하는 라목에 분류되었다.
에토미데이트 역시 프로포폴과 작용 기전이 유사해 이른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려 왔다. 2020년부터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관리되어 왔지만 마약류는 아니었다. 프로포폴 규제가 강화된 뒤 대체재로 오남용되는 현상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결국 2026년부터 프로포폴과 같은 라목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편입되었다.
다만 케타민과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가 모두 마취제 계열 물질이라는 사정만으로 같은 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물질이 어느 목에 분류되었는지, 그리고 제조·수출입인지 단순 소지·투약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법정형, 특가법 적용 가능성은 달라진다. 유사 약물 사건의 경험칙이 에토미데이트 사건의 결론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다.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라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이다. 같은 마취제 계열 물질이라도 분류에 따라 법정형에는 차이가 난다.
나목인 케타민의 매매, 수수, 소지, 투약 등은 같은 법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라목인 에토미데이트나 프로포폴의 매매·수수·소지·투약 등은 제61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 된다.
그러나 라목이라고 해서 언제나 제61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라목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하거나 수출입한 경우, 또는 제조·수출입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경우에는 제60조 제1항 제3호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상습범이라면 어느 경우든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다.
이 구별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가액 가중 여부에서도 결정적이다. 특가법 제11조 제2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및 제60조의 죄를 대상으로 가액에 따른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제61조는 그 열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에토미데이트를 제조하거나 수출입한 사건에서는 가액이 특가법 적용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 매수·수수·소지·투약한 사건이라면, 가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특가법상 가액 가중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변호인으로서는 수사기관이 말하는 ‘유통 관여’가 정확히 어떤 행위를 가리키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단순 매수나 소지 정황을 제조·수출입의 실행행위 또는 그 목적 소지로 평가하고 있는지, 해외 배송 또는 반입 정황이 실제 수출입행위에 이르렀는지, 공소사실상 행위 태양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는 적용 죄명과 법정형뿐 아니라 특가법상 가액 가중의 출발점도 좌우한다.
에토미데이트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사실은 행위 일시다. 형벌불소급의 원칙상 마약류로 지정되기 전의 투약이나 소지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2026년 2월 13일은 에토미데이트 사건에서 처벌 가능성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선이다.
실제 사건에서는 행위가 그 기준선 위에 깔끔하게 놓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복적인 사용 이력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은 지정 이후의 행위를 기소하면서, 지정 전 사용 이력을 정황 또는 양형자료로 함께 제출할 수 있다. 이때 지정 전 행위가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는지, 단지 정황으로만 언급된 것인지, 지정 이후의 구체적 행위가 별도의 증거로 특정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변호인은 결제자료, 배송기록, 메시지 내역, 영상자료, 압수 시점, 소변·모발 감정 결과 등을 대조해 각각이 어느 시점의 행위를 뒷받침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정 전의 사용 이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지정 후의 특정 소지나 투약이 당연히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지정 전 행위는 약사법이나 다른 법령 위반이 문제 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는 마약류관리법 위반과는 구성요건과 법정형이 다른 별개의 문제다. 수사기관이 지정 전후의 행위를 하나의 마약범죄로 포괄해 평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초기 대응에서 중요하다.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가 되었다고 해서 의료적 사용 자체가 금지된 물질은 아니다. 다만 의료기관에서의 취급은 마약류 관리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되며, 마약류취급자 허가와 승인, 재고 관리, 보관, 취급 보고 등의 의무가 적용된다.
전환 직후에는 의료기관의 관리상 위반도 문제 된다. 서울시는 에토미데이트 공급 이력이 있거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재고가 등록된 의료기관 77곳을 한 달간 점검해 15개 기관에서 18건의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확인했다고 2026년 6월 밝혔다. 마약류 전환 이후 실시된 첫 점검이었다.
그러나 보관기준 미준수나 보고 누락과 같은 관리상 위반을 처방 없는 투약, 허위 처방, 외부 유출, 불법 유통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실제 재고가 외부로 유출되었는지, 누가 어떤 권한 아래 취급했는지, 재고대장과 전산기록은 어떻게 관리되었는지, 보고 누락이 발생한 경위와 사후 시정조치는 무엇인지가 각각 검토되어야 한다.
변호인의 역할은 관리상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무조건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관리상 위반과 불법 유통을 구별하고, 각 행위의 책임주체·고의·실질적 위험을 증거에 따라 분리해 평가받도록 하는 데 있다. 특히 의료인에게는 형사처벌 외에도 면허와 직업 수행에 직접적인 결과가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위반의 성격을 정확히 특정할 필요가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앰플이나 바이알 형태의 의약품뿐 아니라 액상 전자담배 형태로도 유통될 수 있다. 태국과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에토미데이트를 액상 전자담배에 섞어 흡입하는 이른바 ‘좀비담배’가 문제 된 바 있고, 국내에서도 아로마오일 등으로 위장된 반입 사례가 적발되었다.
이러한 유통 형태는 단속 필요성과 별개로 개별 사건에서의 입증 문제를 낳는다. 액상 카트리지의 외관만으로 성분이나 함량을 확인하기 어렵고, 압수물에서 에토미데이트가 검출되었다는 사실과 소지자가 그 성분 및 마약류성을 인식했다는 사실은 구별되어야 한다.
거래 경로, 가격, 판매 게시글, 용기 표기, 대화 내용, 사용 방식은 인식 여부를 판단하는 간접사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정 직후의 사건에서는 성분명에 대한 일반적 인식, 판매자가 제공한 설명, 거래 당시 게시물이나 포장에 어떤 표시가 있었는지 등이 더욱 중요하게 검토될 수 있다.
감정 역시 별개의 쟁점이다. 압수된 액상에서 실제로 에토미데이트가 검출되었는지, 검출량은 얼마인지, 시료는 적법하고 대표성 있게 채취되었는지, 보관과 분석 과정에서 오염 또는 혼입 가능성은 없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투약 사실이 다투어진다면 체내 검출 여부와 그 감정 결과가 특정 시점의 투약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지도 별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사건의 책임 범위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정 이후의 구체적 행위가 증명되었는지, 제조·수출입인지 아니면 매수·소지·투약인지, 의료기관의 관리상 하자인지 불법 유통인지, 압수물의 성분과 피의자의 인식이 충분히 입증되었는지를 각각 나누어 보아야 한다.
케타민과 프로포폴 사건에서 축적된 수사 관행이 에토미데이트 사건의 판단을 대신해서도 안 된다. 지정 전후의 행위가 뒤섞일 수 있고, 의료용 취급과 불법 취급의 경계가 문제 될 수 있으며, 액상 유통에서는 성분과 고의의 입증이 별도의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의 조력은 서로 다른 시점, 행위, 증거를 하나의 ‘마약 사건’으로 포괄하지 못하도록 분리하는 데서 시작된다. 각 행위에 상응하는 구성요건과 증명 기준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새롭게 지정된 물질을 둘러싼 형사사건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대응이다.
